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현행법상 ‘양벌규정’과 법원 ‘양형기준’으로는
참사 가해기업 처벌 어렵다”
-사회적참사 특조위,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 토론회 개최-

사회적 참사를 예방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 기업의 사고 유발 구조에 대해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이하: 사참위)는 12월 26일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세월호참사 가해기업 ‘청해진해운’은 304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일으켰음에도 「해양환경관리법」이 정한 기름유출 행위와 관련하여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을 뿐, ‘살인죄’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형법상의 범죄로는 처벌되지 않았다. 이처럼 참사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이 미진한 것은 처벌 근거가 법적으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성돈 교수는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기업에 대하여 처벌하는 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법률들이 기업 처벌을 제대로 할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은 이미 1950년대 중반부터 경제·행정·환경 분야를 규율하는 법률 속에 ‘양벌규정’이라는 독특한 조항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 왔고, 현재 이러한 법률이 500개가 넘지만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의 근거로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양벌 규정’은 범죄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타인(자연인 또는 법인)에 대해서도 형을 과하도록 정한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기업에 대해선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김성돈 교수는 특히 “기업은 헌법재판소 판결 (90헌마56 결정)을 통해 ‘법인도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었다”면서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형사책임까지 포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연구위원은 “현행 양벌규정은 기업 처벌을 기업에 속한 개인 행위자의 형사책임에 종속된 것으로 볼 뿐, 기업 스스로 책임을 독자적으로 묻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대법원의 양형위원회가 형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형사책임에 관한 입법은 양형으로 실현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 법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노동자 사망사건을 살펴보면 2016년 이래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으나 피해가 크고 사망자 수가 많아도 기업은 금전적으로 합의만 하면 처벌을 면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해서도 기업 대표들이 징역형은 선고받았으나 기업 자체는 1억 5천만 원 벌금에 그쳤다. 이는 기업의 형사책임이 벌금으로만 규정된 양벌규정 한계 안에서 축소되거나 면탈 됐음을 의미한다.

토론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이상윤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아서, 기업 처벌을 위한 법리적 검토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비롯해 재난의 현장에서 기업을 고발하고 법률 지원활동을 펴온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자로 참여했다.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아직 한국 사회가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의 관리와 대형 참사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서는 전근대적 수준의 법 제도에 머물러 있고, 무엇보다 정작 국가(역대 정부들)의 책임 규명은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장 국장은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명 ‘기업살인법’도 고 노회찬 의원 대표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나, 국회에서 멈춰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송영섭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은 산업 재해를 유발하는 원청 책임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작업 여건과 기반 시설 개선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원·하청의 대표자를 형사 처벌의 실질적인 대상자로 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현경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는 “기업은 대표의 의사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고,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게 맡긴다는 결정 역시 대표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원청업체의 대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실증하지 아니한 채 ‘인체에 무해하다’는 신문광고를 발주한 주체는 기업이고,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 내지 생명·건강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의 주체도 기업”이라면서 “기업처벌법 도입을 통해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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